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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싸이즈 안나와?

by 네버고나스탑 2021. 4. 15.

(스타트업, 시장규모 추정하기)

각종 심사를 받다 보면 항상 빠지지 않고 나오는 질문이 우리 회사가 지향하는 시장의 규모와 성장률에 대한 것이다. 같은 설명을 해도 혹자는 크다 하고 혹자는 작다 하고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할 지 매우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우리 회사가 풀고자 하는 문제 정의를 마치고 나면, 일단 고객들이 기존 해결방법들에 대해 얼마의 비용을 지불하는 지를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의 제품이 반려견을 위한 자동 공놀이 기계 장치라고 치면, 해당 제품과 비슷한 제품들을 나열할 수 있다. 우리가 정의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고객들은 1만원 짜리 실리콘 공을 구매해서 (조금 불편해도)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고, 기존 10만원짜리 자동 공놀이 기계 장치를 구매해서 사용하고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넓게는 1만원짜리 실리콘 공의 시장과 10만원짜리 기계장치의 시장이 다를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그리고 예상하다시피 10만원짜리 기계장치는 얼리어댑터 위주로 사용층이 아직은 좁을 것이고, 1만원짜리 실리콘공을 구매하는 시장은 넓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제품이 이르러야할 시장은 10만원짜리 기계 장치가 팔리는 SOM 이라 부를 수 있고, 공도 팔겠다는 SAM을 거쳐, 추후 토털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TAM을 아우르겠다는 논리를 세울 수 있다.

가끔 어떤 스타트업 대표들이 ‘우리 시장은 1000억입니다’ 라고 근거 없이 주장하는 것을 보면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우리 회사가 지향하는 시장의 규모를 계산하는 일에 정답은 없겠지만, 듣는 이로 하여금 ‘말되네’라고 느끼게 해줘야 사업계획서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 그래서 지금부터 아주 기초적인 계산을 해보겠다.

자, 이제 우리 제품의 시장을 계산해보자. 2019년 기준 국내 반려견 인구는 495만 가구이다.(데일리벳, 2020) 해당 집단 중 10만원이상의 고가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비율을 10%라고 추정해보면, 49.5만 가구이고, 해당 가구마다 10만원 짜리 기기장치를 구매한다면, 495,000 x 100,000 = 49,5 억원 이다. 그러면 이제 기존 제품들의 매출을 파악해보자. 지인을 모두 동원해서 실제 경쟁사들의 상황을 파악해보고, 크라우드펀딩이나 쇼핑몰 등에서의 매출액, 평가 및 리뷰도 자세히 살펴보자. 그리고 업계 성장률, 시장 성장률 등의 변수들을 적용해보자. 솔직히 이 정도만 해도 경쟁사의 성장 느낌이나 업계 이야기에 대한 구체적인 숫자들을 예상할 수 있게 된다. 조금 더 구체적인 방법을 원한다면 페르미추정을 추천한다.

이제 시장 확대 전략에 대해서도 고민해보자. 사실 이 대목이 창업가에는 가장 재미있는 부분일 수 있다. 우리 회사는 앞으로 더 커지고 더 많은 시장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밑도 끝도 없는 기분 좋아지는 시간이니까. 우리는 자동 공놀이 장치를 팔 것이니까, 공도 팔고, 사료도 팔고, 스마트하게 IoT도 접목해주고, 그러다보면 반려견을 위한 포털을 만들 수 있겠다. 등의 다양한 소설이 가능하다.

규모가 안나오는 일을 하라’(폴그래험, 2014)

(폴그래험은 규모가 안나오는 일을 하라고 했는데, 내가 만나는 심사자는 폴그래험이 아니니까, 구체적 예측을 만들어줘야지… )

개인적으로 스타트업의 사업계획서에 써 있는 시장 규모를 필자는 믿지 않는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한 구체적 예측이 대규모 투자를 기대할 때는 필요하기도 하다. 얼마나 고민했는지 그래서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논리를 풀었냐가 중요하지, 시장 규모가 1000억이다 1조다 하는 이야기는 그냥 뜬 구름 잡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확대 전략도 꿈과 바램의 도화지이지, 실질적인 그림을 넣을 수 있는 대목이 아니기 때문이다.

창업가는 우리 회사가 지향하는 시장에 대해 꾸준히 업데이트를 해야 한다. 매주 시간을 정해놓고, 주요 사이트에서 검색을 해보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구글 알림도 걸어놓고 자동으로 매일 볼 수 있도록 설정해둔다면 가장 손쉬운 트렌드를 따라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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