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으면 아끼자, 가오 잡지 말고.
(부제: 스타트업, 총무 업무 시작하기)
스타트업을 시작하면,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물론 기분 좋게 새집 마련하듯 이케아에 가서 가구도 사오고, 오피스디포에 가서 물건을 디스플래이하는 것이 좋겠지만, 결혼 전 갖은 예물과 보기 좋은 신제품으로 신혼방을 채우는 것이 현실적으로 필요한 것이 아니란 것은 이제 모두 알고 있지 않을까싶다.
일단 집에 있는 물품을 하나씩 옮겨보자. 색볼펜, 형광펜, 연필, 지우개를 필통에 담아 챙기고, 노트도 챙긴다. 노트가 없으면 이면지를 묶어서 노트 대용으로 사용해도 좋겠다. (포스트잇도 있으면 좋겠다. 비싼게 흠이지만.) 집에서 쓰던 노트북도 챙기자. 이제 스타벅스로 가자. ‘오늘의 커피’를 시키고 작업하기 좋은 테이블을 선점하자. 이제 일하자. 혹시 창업을 같이 할 Fool이 있는가? 그럼 함께 스타벅스로 가서 마음껏 일하자.
(시간이 흘러)
소호 공간이나 개인용 사무공간이 생겼다면, 이제 제일 필요한 것 먼저 챙기자. 필자는 보조 모니터를 매우 좋아하는 지라,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먼저 챙겼다. 그리고 서서 일할 수 있는 높낮이 책상을 설치한다. 의자에 앉아 책상 앞 컴퓨터만 보며 일하다보니, 허리가 좋지 않은 경우가 다반사다. 그래서 대게 서서 일하고 피곤하면 의자에 앉아서 일하기를 반복한다. 그리고 틈틈히 스쿼트도 하고 점심시간에는 산책도 한다. 지속적인 근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건강이다.
인터넷은 태더링을 활용하면 어디에서든 가능하다. 가끔 옆집 공유기 신호가 잡히는 경우도 있는데, 그러면 땡큐고. 기업 인터넷 가입은 해당 건물에 따라 제한이 있으며 인터넷 전화와 함께 설치한다. (이제 회사에 전화기 한 대 둘 때도 되었잖아?) 아, 당연히 출퇴근 시 부재중 전화를 놓치지 않기 위해 대표이사의 휴대전화번호로 연결해둬야 한다.
이제 슬슬 밖에서 먹는 커피값도 아까울 것이다. 그러면 간편 커피를 사무실에 한 박스 사다놓고, 물잔도 두어개 가져다놓자. 종이컵 사용은 환경에도 안좋고 그거 사는 돈도 아깝다. 물은 대표 혼자라면 텀블러로 가지고 다니고, 아니면 필요할 때마다 2리터짜리 한 통씩 사서 나르면 된다. 더 대용량의 물이 필요하다면, 포털에서 검색해서 근처 배달 가능한 생수집에 전화하고, 아마도 매달 한두통을 먹으라고 할텐데, 일단 상담을 받고 이제 시작해서 힘들어요 하면 달에 한통만 먹을 수도 있는 경우가 있다. 인생은 협상이다! 뜨거운 물이 필요하다면, 전기주전자를 집에서 가져오자.
가끔 4차산업혁명의 시대인 2021년에도 팩스, 복합기를 설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게다 올드한 정부 및 공공기관들의 요청 때문이다. 자, 지금부터 해당 기기을 안사는 비법을 알려주겠다. 일단 앱스토어에서 스캐너앱(오피스렌즈)을 다운 받고 설치한 후 문서를 스캔한다. (앱에 따라 크로핑을 자동으로 해주기도 있다.) 그리고 팩스앱(모바일팩스)을 사용하면 해당 기관의 팩스번호로 해당 이미지들을 전송할 수 있다. 물론 내 개인 전용 팩스 번호도 부여해주니, 우리 회사에 보내는 넘치는 스팸 문서들을 팩스로 받을 수도 있게 된다.
IT강국 대한민국 스타트업이라면 정품 소프트웨어를 구입해서 쓰는 것을 추천한다. 요즘은 구독형도 있어 이전과 비교해서 비용이 많이 저렴해진 편이다. 윈도우가 기본 내장되어 있는 노트북이 요즘 많지만, 아닌 경우에는 윈도우도 구매해야 한다. 정부기관들이 여전히 ‘한글’문서를 요구하시니, 한컴오피스도 설치하고, MS 오피스도 설치하자. 참고로 맥OS용 파워포인트 호환성은 완벽하지 않은 점, 참고하기 바란다.(현장에서 처음 접하면 당황할까봐 미리 이야기드린다.) 참고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예전부터 스타트업을 위해 소프트웨어 사용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프로그램(Microsoft for Startups)을 운영하고 있으니 이 점도 참고하시라.
그리고 비품 및 기기가 우리 사무실에 들어오기 시작하면 해당 관리대장을 만드는 것도 잊지 말기를 바란다. 지금이야 서너 가지이지만, 곧 우리 회사가 잘되어서 30개, 100개 이상의 비품과 기기를 관리하게 될지도 모를테니까.